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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고나(국자)에 대한 기억과 만드는 방법

Jeffrey Choi 2021. 12. 16. 16:09

1980년대, 초등학교가 아닌 국민학교 시절 학교 앞 공터에 구공탄 하나 피워놓고 달고나 만드는 아저씨가 간간히 찾아왔더랬다.

 

아저씨는 아이들의 코 묻은 돈 50원인가 100원인가를 미리 받고 능숙하게 달고나를 만들어 판에 올려 누르고 모양판으로 가볍게 별모양을 찍어줬다.

 

아이들은 긴바늘을 이용하던 손톱으로 긁어내던 자신만의 방법으로 조심스레 별모양이 깨지지 않게 조각을 분리했다.

 

열에 아홉은 실패하였지만 그 옅은 윤곽선을 따라 자르기를 성공한 아이는 달고나 하나를 더 받을 수 있었다.

 

설탕에 소다 조금만 넣으면 만들 수 있는 달고나를 집에서 만들어 먹다가 요령이 없어 국자를 새카맣게 태워 엄마에게 등짝 맞는 일도 있었다.

 

우리 동네에서는 국자, 옆동네에서는 똥과자, 뽑기 등으로 불렸던 달고나는 그렇게 30년을 추억으로 묻혀있다가 6살난 아들녀석을 통해 다시 소환되어 왔다.

 

오징어게임 드라마가 인기를 얻은 후 어린이집 친구들이 달고나 키트를 사서 만들어 먹는다는 얘기를 하였다.

 

대수롭지 않게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달고나 키트를 하나 사려했더니 아이엄마가 막는다.

 

애엄마의 제지한번에 '만원 정도 쓰지 뭐' 라고 생각했던 것이 '그거 다 한순간이고 쓸데없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본가에 갔을 때 아이가 달고나 만들어 달라고 한다는 얘기를 하자 어머니께서 안쓰고 있다는 식소다를 주셨다.

 

'틀이 없으면 어때! 맛이라도 보여주자' 라고 생각하고 집에 와서 만들어 주었다.

 

처음 만든건 약불에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설탕 녹은 끝부분은 까맣게 탔고 진한 색이 된 달고나는 단맛이 반 쓴맛이 반 이었다.

 

불을 조절하고 소다의 양도 적절히 조절하기 위해 몇 번의 실패가 필요하였다.

 

그러는 중 아이 엄마가 초코녹여서 모양낸다고 사놓고 쓰지 않는 작은 모양틀을 꺼내 줘 구색을 갖췄다.

 

요 몇 주간 달고나 만드는 실력이 일취월장 하였다.

 

이제 아빠표 달고나 만들기를 공개해도 될 것 같다.

 

1. 설탕, 식소다, 국자, 젓가락 한쪽, 종이호일 1장을 준비한다.

2. 설탕을 국자 반 정도로 채워준다. 

3. 가장 작은 화구에 약불로 천천히 설탕을 젓가락으로 저어주며 녹여준다.

4. 연한 노란색으로 변해가면 국자와 불의 높이를 조절하여 타지 않도록 주의한다.

5. 설탕이 다 녹으면 식소다를 한꼬집 넣는다.

6. 젓가락으로 잘 섞이게 저어주면 황색으로 변하며 약간 부풀어오른다.

7. 요령있게 종이호일에 펴면서 쏟아준다.

8. 잠시 기다렸다가 굳기전에 모양판으로 찍어준다.

9. 잘 찍힌 녀석들을 모양대로 떼어낸다.

10. 국자에 남은 달고나는 탄 부분이 없다면 물에 넣어 잠시 두면 깨끗해진다.

타이밍이 맞지 않아 어설프게 찍힌 것들과 부서진 것들을 주워먹으며 신나하는 아이를 보니 앞으로도 수없이 달고나를 만들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모양내기 실패한 달고나들을 입에 넣을 때 그 달콤한 맛 때문에도 달고나는 한동안 아이와 함께 하는 놀이에 낄 수 밖에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