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육아] 6살과 학교가는 길 걷기

Jeffrey Choi 2021. 5. 20. 22:33

아이가 6살이라 아직 초등학교 가기까지 1년은 더 남았다.

4살 때 가정 어린이집에서 큰 어린이집으로 옮겼을 때만 해도 기저귀를 떼지 못 하고 있었는데 기저귀를 뗀지도 2년이 지났다.

말이 초등학생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똑부러지고 이해력도 성인에 버금간다.

물어볼 것이 많아 궁금함이 풀릴 때까지 묻고 또 물어 힘들게 하기도 한다.

 

그런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는 형, 누나들을 보더니 자기는 어느 초등학교 가느냐고 묻는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초등학교 이름을 얘기해주었더니 거기가 얼마나 머냐고 또 묻는다.

집에서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거리라고 얘기해준다.

현재는 어린이집까지 거리가 있고 애도 어리고 도로도 몇개를 건너야 해서 자차로 통학시키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가 아이가 거리에 개념이 크게 없다는 게 느껴진다.

 

이번 주는 부처님오신날(佛誕節)이 주중에 있어 시간을 내서 같이 손잡고 학교까지 걸어 가보기로 한다.

집을 나서서 오르막길을 오른다. 

천천히 라고 생각하고 걸은 걸음이었지만 아이가 힘들어 해서 속도를 반으로 낮췄더니 괜찮다고 한다.

상대에 맞추는 행동은 나의 기준으로 그럴 것이라 짐작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오르막을 오르자 완만한 내리막이라 아이가 훨씬 수월하게 여긴다.

나무에서 떨어진 버찌같은 작은 열매를 밟아가며 횡단보도 흰칸에 맞춰 점프도 하며 즐겁게 걷는다.

열 맞춰 가는 개미떼를 보고 엄마 심부름 간다며 인사하고 버스정류장에 해맞이 행사를 하는 함월루라는 누각 사진을 보곤 어린이집에서 여기 가봤다며 아빠도 가봤냐고 묻는다.

 

평지와 같이 완만한 내리막이 끝이나고 경사진 내리막을 한블럭 내려와선 오른쪽으로 튼다.

이제 이 오르막만 오르면 학교 정문이라면서 아이의 힘을 북돋운다.

아빠 안아라며 떼쓰는 녀석에게 정문까지만 걸으면 안아주겠다고 달랜다.

가는 길에 보이는 조그만 텃밭에 옥수수 나무가 아이 허리 정도 크기로 자라고 있다.

나중에 이게 크면 아빠키보다 크고 큰 옥수수가 열린다고 하니 신기해한다.

 

드디어 학교 정문에 도착한다.

내 걸음으로 혼자가면 10분이면 갈 거리를 40분은 걸은 것 같다.

 

제법 많은 글자를 읽을 줄 아는 아이에게 '태양열 조명을 훼손하지 마시오'라고 적힌 안내문을 읽어보게 하고 모르는 걸 가르쳐 준다.

올 때는 후문길로 돌아오는데 중간에 보이는 공원 놀이터를 그냥 지나칠 수 없다.

나뭇가지로 흙을 파내며 개미집을 만들어 주고 있다고 계속 아빠를 옆에 두고 혼자말을 하며 노는 녀석의 옆을 1시간 지켜준다.

놀이터 미끄럼틀 3층을 사다리로 올라 갔다가 다시 내려오는데 무섭다며 도와 달라고 할 때는 아직 애는 애구나 싶다.

어른의 욕심으로 아이가 다 잘했으면 하는데 어짜피 시간이 지나면 다 하게 될 것을... 지켜 봐주는 것이 제일이다.

 

다 놀고 집으로 가는길에 다리가 무겁다며 힘겨워 하는 아이를 안아서 온다.

오늘 나들이로 학교 가는길을 알게 된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 날 때 마다 아이와 같이 동네를 조금씩이나마 돌아다니며 길을 친숙하게 여길 수 있도록 아이 엄마와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