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영화

[영화] 중년과 소녀의 우정 _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Jeffrey Choi 2021. 7. 5. 13:10

영화는 '파도가 있는 창가' 라는 소설이 2018년도 판매부수 100만부를 돌파했다는 라디오 음성과 함께 학생들이 뛰어노는 학교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매미소리가 울려퍼지는 창문열린 교실 책상에 엎드려 있다 일어나는 멍한 표정의 여학생의 이름은 '타치바나 아키라' 이다.

아키라는 까페가든이라는 경양식 가게에서 방과 후 아르바이트 한다.

카페가든에는 여러 동료들이 있는데 주방에는 젊고 잘생긴 요리사 카세, 우직하게 생긴 오츠카, 주방보조 요시자와가 있다.

서빙담당에는 선임 관리자이자 맏언니 쿠보, 아키라와 같은 나이로 같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니시다가 있다.

점장 콘도 마사미는 45살의 중년아저씨로서 총괄의 역할을 하면서 주로 고객들의 클레임을 담당한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주어진 일을 해나가는 아키라는 한가지 비밀이 있다.

그것은 점장인 콘도를 마음속으로 좋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짝사랑 상대인 콘도는 아키라가 일손이 항시 모자라는 까페에서 없어서는 안될 아르바이트생이지만 자기를 노려 보는 등의 행동으로 인해 자신을 싫어할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예기치 않게 비가 오는날 요시자와와 아키라가 퇴근하며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던 콘도는 마침 사무실로 들어온 쿠보에게 "10대들의 눈에는 나 따위 쓰레기 같겠지요?"라고 물어본다.

"쓰레기 이하지요."라고 웃으며 얘기하는 쿠보를 멀뚱히 쳐다보는 콘도는 씁쓸함을 느낀다.

화창해진 다음 날 아키라는 학교에서 예전에 자신이 속해있던 육상부가 연습하는 것을 보고 있다.

육상부 친구 하루카가 이시이라는 후배가 좋은 성적으로 이번에 100m달리기에 출전하게 된 것을 알려주는데 이제는 자신과 육상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까페가든에서 알바중에 동료 니시다가 아키라에게 카페가든 점원들에 대해 하나하나 느낀점을 얘기하는데 점장에 대해 물으니 냄새가 난다고 한다.

점장 콘도는 그걸 지나가다 듣게 되고 즉시 사무실에서 와이셔츠를 갈아입는다.

마침 사무실에 들어온 쿠보에게 "나에게 냄새가 나나요?" 라고 묻자 쿠보는 일말의 망설임 없이 "냄새 납니다."라고 한다.

콘도는 또 허망한 표정을 짓는다. 

쿠보가 서둘러 들어온 이유는 고객이 휴대폰을 놔두고 갔다는 것인데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어 미처 돌려주지 못 했다는 것이다.

이걸 옆에서 듣던 아키라는 전속력으로 자전거를 쫒아가 고객에게 휴대폰을 전달한다.

무리하게 달렸는지 가게로 들어오자마자 다리가 아파 주저앉은 아키라를 콘도가 가까운 병원에 데려간다.

알고보니 가벼운 염증 증상이었으나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전에 크게 앓았던 적이있어 아키라가 무리하면 안된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이날 이후 아키라는 발목에 붕대를 감고 며칠동안 학교도 아르바이트도 쉰다.

콘도는 아르바이트를 못 나오는 아키라의 부상에 책임감을 느껴 아키라의 부모님께 사죄의 의미로 양갱선물을 가지고 아키라 집을 찾다가 편의점에 다녀오는 아키라와 만난다.

그렇게 편한 차림으로 콘도와 가까운 카페에 들어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키라는 불연듯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콘도는 그 얘기에 당황하지 않고 오히려 다행이다면서 그동안 아키라가 자기를 노려봐서 싫어하는 줄 알았다고 얘기하며 마침 나온 초코바나나파르페를 권한다.

점장에게 속마음을 고백하였으나 흐지부지된 아키라는 부상이 나아 학교를 다시 나오고 육상부 훈련을 보며 자신이 100m 달리기 유망주였던 시절을 생각한다.

아키라는 11.44초로 달리던 고등학교 탑클래스의 100m달리기 선수였는데 연습 중에 아킬레스건 파열으로 넘어져 육상부를 그만둔 것이다. 

당시 다시는 좋아하는 달리기를 할 수 없다고 낙담한 그녀는 치료를 받고 오던 어느 비오는 날 카페가든에 들렀다.

비가 그치길 기다리는 아키라에게 점장 콘도가 슬그머니 커피를 가져다 줬다.

커피를 시킨적이 없다고 말하는 아키라에게 그저 비가 그치기 기다리는 건 따분하지 않냐며 서비스라고 말한 콘도는 설탕을 주면서 마술도 보여줬다.

분명 비는 그칠 거라고 말하고 돌아서는 콘도의 모습에 아키라는 호감을 느꼈다.

아키라는 그런 계기로 카페가든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된 것이다.

 

가벼운 부상이후 오랜만에 등교한 아키라는 하교 길에 또 비를 만나고 비를 맞으며 까페가든으로 향한다.

우산없이 비에 젖은 아키라를 보고 우산을 챙겨 나가는 콘도에게 아키라는 진지하게 "당신을 좋아합니다." 라고 고백하고 그대로 떠난다.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출근한 아키라는 점장에게 대답을 종용한다.

아키라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답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콘도에게 "사람을 좋아하는데 이유가 필요한가요?"라고 아키라가 되묻는다.

그런 아키라에게 콘도는 다시 마흔다섯살인 자신과 일일곱살인 아키라와의 사이에는 이유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한다.

자신은 꿈도 희망도 아무것도 없는 텅빈 중년이라며 한숨짓는 콘도의 말 속에서 '오레'를 '보쿠'로 처음 말한것을 짚어내고 웃는 아키라의 의외의 반응에 콘도는 다시 한번 놀란다.

결국 데이트하기로 약속을 받아낸 아키라는 자신이 콘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안 쿠세의 요청에 데이트를 하게된다.

쿠세와의 데이트에는 조리를 신고 평상복으로 무미건조하게 데이트를 마쳤는데 콘도와의 데이트는 스커트를 입고 예쁜 신발을 신고 나간다.

당연히 같은 데이트 코스인데도 훨씬 즐겁다.

콘도가 자주가는 도서관을 함께 찾은 아키라는 추천하는 책이 있는지 물어보는데 콘도는 "오늘 여기온 것은 어딘가에 널 부르고 있는 책이 있다는 거야"라고 대답해준다. 아키라는 육상잡지에 자꾸 눈이간다.

콘도는 '파도가 있는 창가'라는 책을 손에 든다.

영화 처음에 라디오 뉴스로도 소개된 이 책은 100만권이 팔린 베스트 셀러로 자신의 친구 쿠죠 치히로가 쓴 소설이다.

소설 책을 사서 읽고 오랜만에 작가친구를 만나 옛날 이야기를 나누고 온 콘도는 아키라를 불러 '네가 그렇게 정했다면 언젠가 그리운 추억으로 생각될 날이 올거야 하지만, 단순히 포기한 거라면 멈춰버린 그대로 평생 흘러갈 수도 있어" 라고 말해준다.

아킬레스 파열로 인해 달리기라는 목표가 없어지고 재활은 꿈도 꾸지 않던 아키라에게 쿠라타 미즈키라는 후배가 찾아와 자신도 아킬레스 파열의 아픔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아키라를 보고 재활에 성공하여 돌아왔더니 동경하던 상대가 육상을 하지않고 있다는 것에 실망한 쿠라타는 아키라를 도발 한다.

 

콘도 점장은 여름감기로 카페를 나오지 않고 늘 그러하듯 비를 맞으며 아키라는 콘도의 집을 찾아간다.

콘도는 아키라는 젊고 희망으로 가득 차 있고 반짝반짝 빛난다고 누가 봐도 훌륭하다고 말해준다.

자신은 아키라와 있으면 잊고있던 소중한 자산을 다시 떠올리게 된어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얘기한다.

이 날 이후 아키라는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고 다시 달리기를 시작한다.

 콘도 역시 그동안 잊고 지내던 펜을 꺼내 글을 쓴다.

얼마 후 우연히 만난 둘은 친구로서 메일을 교환하며 서로를 응원하기로 한다.

여고생이 흔히 할 수 있는 짝사랑의 상대가 중년남자라는 점에서 파격이 있는 영화이지만 메시지는 현실에 순응하여 꿈을 잊기보다 그 속에서도 도전하는 삶을 살자는 것이다.

 

나이가 많던 적던 잘 생기던 못 생기던 우리는 모두 소중한 인격체이고 자기가 꿈 꾸는 것을 이룰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