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둥팡의 추락으로 보는 사교육과의 전쟁
신둥팡(新東方·뉴오리엔탈그룹)은 중국에서 한국의 메가스터디 격의 거대 '학원 재벌'이다.
중국 학부모의 자녀 교육 열풍에 힘입어 1993년 베이징의 영어학원으로 창업한 이후 30년 가까이 고속 성장해왔으나 중국 정부가 '사교육과의 전쟁'을 전면 선포하면서 사업 자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중국의 사교육 열풍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했다.
중국교육학회에 따르면 베이징,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1선 도시에서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10명 중 7명이 방과후 과외수업을 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올 3월 직접 지역 간 교육 격차와 사교육업체 난립에 우려를 표하며 교육의 공익 원칙 유지와 교육 서비스 시스템 개선, 사교육 시장 단속 강화 등을 주문했다.
6월에는 교육부 산하에 사교육 시장을 단속하는 전문 조직인 '교외교육훈련감독관리사(司·국)'을 만들기도 하였다.
이런 조치가 소용없자 중국 당중앙과 국무원은 2021년 7월 23일부로 사교육이 교육의 불평등을 초래하고 자녀 교육비 부담을 늘려 출산을 막고있다고 하여 중국내 사교육을 전면 금지시켰다.
동시에 초·중·고 학생들의 학업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정책을 발표했는데 '두 가지를 줄인다'는 뜻에서 '솽젠(雙感)' 정책이라 부른다.
초·중·고 학생에게 예체능 이외에 국·영·수 등 교과목을 가르치는 사교육업체 설립을 금지하고, 업체를 비영리성 기관으로 전환하도록 하였다.
교육업체의 주식시장 상장을 통한 자금 조달이나 상장한 교육업체에 대한 투자, 학원업체 광고가 모두 금지되었고 방학이나 휴일 학원가 수업 금지, 학원가의 초·중·고 교사 채용 금지, 밤 9시 이후 온라인강의 금지 등 사교육 단속도 강화했다.
신둥팡 그룹이 직격탄을 맞았다.
홍콩(19년 3월), 뉴욕(06년 9월) 증시에 둘 다 상장되어 있었고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치솟던 신둥팡의 주가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정책이 발표된 23일 하루에만 뉴욕 증시에서 주가가 반토막 나며 시가총액 59억4900만 달러(약 6조8700억원)가 증발했다.
신둥팡 창업주 위민훙(兪敏洪) 회장이 보유한 신둥팡 지분가치도 이날 하루 만에 6억8500만 달러 쪼그라들었다.
홍콩 증시에서도 23, 26일 2거래일에 걸쳐 주가가 3분의1토막 났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또 다른 중국 교육기업인 하오웨이라이(TAL)와 가오투 등도 23일 하루 각각 시가총액 93억6000만 달러, 15억5000만 달러가 사라졌다.
지난 2월 연중 고점 대비 현재까지 신둥팡, 하오웨이라이, 가오투 등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3대 교육업체 주가는 90% 안팎으로 폭락했다.
이 기간 3개 기업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1125억 달러로 집계되었다.
신둥팡은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학입시 교육 사업이 최대 수입원이었던 학원사업을 전면 구조조정하여 성인영어·직업교육과 같이 사교육 규제 영향이 덜한 기타 교육사업을 적극 키우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교육 서비스에서 쌓아온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여 예술, 코딩, 체육, 음악 등 학교 수업과 관련없는 교육사업에 투자해 그들의 상장회사 신분을 유지하거나 아예 다른 분야 진출을 꿈꿔야 한다.
"교육은 앞으로도 계속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둥팡이 반드시 존재하리란 보장은 없다."
신둥팡의 갑작스런 몰락은 2016년 산둥성 지난에서 열린 중국 기업인 연례 회의에서 알리바바 창업주 마윈이 신둥팡 위민훙 회장에게 농담처럼 건낸 말이 현실이 되어 돌아온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