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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뀐 세상이 주는 경고 머지포인트 사태

Jeffrey Choi 2021. 8. 13. 09:17

머지포인트는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운 전자상품권이다. (or 이었다.)

2017년 10월 업체별로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적립쿠폰이나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목적으로 구글앱으로 출시되었다.

 

2018년 1월 애플앱으로도 출시되었고 가맹점에서 결제시 적립되는 포인트를 통해 전자화폐 처럼 쓸 수 있어 입소문을 탔다.

2020년 3월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기 시작하면서 소비자가 월 1만 5천원을 운영사인 머지플러스에 구독형태로 납부를 하면 이에 20% 추가된 포인트를 받아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는 형태를 선보였다.

머지머니를 선불형태로 구매할 때도 80만원을 입금하면 100만원 상당의 포인트를 받을 수 있었다.

이 포인트는 대형마트, 편의점, 음식점 등 200여개 브랜드 6만여개 매장에서 사용이 가능하였기에 젊은 층을 위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였다.

이런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머지포인트는 앱가입자가 100만명이 넘고 월 평균 거래액이 400억원에 달하고 발행 포인트가 1천억원에 이르는 거대한 채널이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전자금융거래법이 발목을 잡는다.

현행 전자금융거래법은 2개 이상 업종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자상품권을 발행하려면 금융위원회에 전자금융사업자로 등록하도록 되어있는데 그동안 미등록 상태에서 사업을 해왔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머지플러스는 당장의 투자 유치와 사업 존속을 위해 금융감독원에 전자금융업에 해당하는지를 문의하였고 금융감독원으로 부터 '금융당국에 전자금융업 등록을 하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머지플러스는 제휴사들로 부터 정산금액을 즉시 지불하라는 전화를 받는다.

기간 내 수익을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사업모델로 인해 정산이 바로 이뤄지지 않자 제휴사들은 발을 빼기로 한다. 

 

8월 11일 밤 머지플러스는 기습적으로 머지포인트 신규판매를 중단하고 포인트 사용처를 음식점으로 한정하고 기존 200여 곳에서 20여 곳으로 크게 줄였다.

그동안 등록여부를 확인 하지 않은 채 머지플러스와 제휴한 11번가 등의 온라인 몰, 하나멤버스 등 금융사, 프랜차이즈 외식업체들이 모두 머지포인트 사용을 막았다.

머지플러스 측은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머지머니와 구독 서비스 구매 가격의 90%를 환불해주겠다는 공지를 올렸다.

갑작스런 통보에 이용자들이 서버로 몰리면서 앱과 홈페이지 접속에 차질이 일어났다.

8월 12일 머지포인트로 결제 가능한 사용처를 찾아 잔여포인트를 소진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해당 사건을 아직 접하지 못한 음식점에 주문이 쏟아졌다.

때 아닌 주문 대박에 기뻐하던 소상공인들은 이유를 알게 되자 망연자실하였다.

특히 여성시대라는 커뮤니티에서 머지포인트로 결제가능한 특정 음식점에 거액 결제를 하고 해당 음식점을 회원간 공유하여 조직적으로 해당 점주들에게 피해를 떠넘기는 일이 발생하였다.

잔인하게도 사회의 가장 힘없는 자에게 그 책임이 전가되고 있었다.

 

일부 이용자들이 업체에 방문해 환불을 요청하였고 회사와 개별 협상 후 60% 정도의 금액을 환불 받았다.

이 기준은 특별프로모션 때 최대 40%까지 할인해 준 것을 기준으로 하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머지포인트 관련하여 '**포인트 사기' 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고 6일이 지난 18일 현재 2만5천여명이 청원에 동의하였다.

 

8월 13일 전날 오프라인 환불이 커뮤니티에 퍼지자 머지포인트 운영사인 머지플러스 사무실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에 300여명이 몰려 머지포인트 구매 대금 환불을 요구하였다.

하나멤버스 연간권의 캐시백 5만원이 정상적으로 지급되었다.

이날로 예정된 이커머스 프로모션으로 지급예정이던 추가포인트는 지급되지 않고 20일 이후로 지급이 연기되었다.

 

머지플러스 권남희 대표는 조선일보와 통화하여 직원들이 사무실에 갇혀있다며 이용자들이 정상화 될 때까지 믿고 기다려달라는 말을 전했다.

8월 15일 사건 발생일 이후 임직원들이 환불을 미루고 핑계를 대면서 도망치려한다며 사무실 점거를 통해 감시하고 있던 성난 이용자들이 임원이 사비까지 털어 24% 비율로 즉시 환불하겠다는 협상을 하고나서야 점거를 풀었다.

회사 사무실에 갇혀있던 임직원들이 귀가한 후 회사는 앞으로 오프라인 환불이 없음을 명시하고 용역을 써 사무실 입장을 막았다.

8월 16일  각종 커뮤니티에 오프라인 환불을 받고도 머지포인트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글과 온라인 환불까지 중복 신청했다는 글까지 환불이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는 정황의 글이 올라왔다.

 

8월 17일 중고나라에 머지포인트를 20%에 매입하겠다는 글이 올라왔다.

운영업체의 주먹구구식 환불 과정에 답답해 하는 사람들의 불안감을 통해 잘하면 위기가 대박이 될 수 있겠다는 도박심리이겠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머지플러스가 우회적으로 피해자 포인트 매입에 나선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을 제기하기도 하였다.

 

상기 사실을 가지고 예상을 해보면 머지포인트사태가 사기가 아니었더라도 머지플러스는 더이상 관련 사업을 할 수 없을 만큼 신용이 하락하였기에 더이상 이 이름으로 사업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더해 금융과 기술이 만나는 핀테크(Fin Tech)산업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의 개척이라는 이미지와 편리함의 대명사가 되었던 해당 산업이 언제 뒷통수를 칠 지 모르는 위험한 산업이 된 것이다.

2018년 머지포인트 출시 부터 지금까지 이런 상황이 되도록 방관하던 금융감독원에 대해서도 말이 나온다.

정부기관이 일일이 간섭할 수는 없지만 신규 산업들의 수익모델을 분석하고 경고하는 기능을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 8월 13일 작성 후 18일에 경과 사항을 추가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