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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역술가의 인생이야기 _포천

Jeffrey Choi 2021. 4. 19. 22:19

도서관에서 읽을 책을 고르다가 '포천'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히 본 책인 듯했는데 1권을 중간까지 읽었는데도 새로웠다.

 

'아닌가보다' 하며 자리잡고 읽다가 장터에서 주모와 얘기나누고 딸내미가 호응하는 장면에서 읽었던 책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10년 쯤 전에 읽었다.

당시 역사 속 인물과 엮이며 신기한 일들을 겪는 점쟁이가 똘똘한 딸을 대리고 다니는 이야기가 참 재밌었다.

10년이 지나니 대강의 플롯만 생각 날 뿐 상세한 이야기는 세월에 씻겨 없어져버렸다.

 

새로운 책을 읽는 느낌으로 다시 정독하였다.

포천은 웹툰 특유의 구성으로 조선 중기 역술가 이시경의 삶을 얘기한다.

주인공은 소년시절 스승에게 배운 역술로 정희량의 제자를 사칭하며 다니다 종사관 강현응과 부장 고도리에게 잡힌다.

고도리의 고문으로 두눈이 멀었지만 스승이던 화담 서경덕이 제자를 사람 만들겠다고 간청하여 풀려난다.

 

좌절해 있던 이시경은 길가다 만난 앉은뱅이 소녀를 강건너로 업어 건내주고는 한쪽 눈을 뜨게 되어 애꾸로 살아가게 된다.

황진이와의 야사로 유명한 화담 서경덕이 죽자 사형이던 도사 전우치의 문하에 들어간다.

 

1565년 황해도 상원군에 큰 지진이 나서 전국의 이름난 명사들이 모였다.

전우치도 제자인 이시경과 정도령을 데리고 합류한다.

여기서 정도령은 도사들이 모인 틈을 타 그들의 비급을 훔치기 위해 도사 윤군평과 스승 전우치를 해친다.

여기서 이시경은 얼떨결에 딸을 얻게 된다.

 

3년 뒤 애꾸는 점쟁이 이시경은 어린 딸 초희를 데리고 고을마다 관상과 사주를 봐주며 떠돌아 다닌다.

율곡 이이의 집에 들르고 토정 이지함의 집에도 들른다.

 

그 와중에 도적들과 결탁하여 역모를 계획한 정도령의 협박에 스승 전우치를 찾아 다닌다.

우여곡절 끝에 정도령과 그 패거리의 역모를 막아내고 예언서를 쓰기 위해 은거한다.

 

스토리는 잘 꾸며진 사극을 보는 듯 개연성이 있었다.

간간히 이이, 이항복, 한석봉, 권율, 이산해, 이덕형, 함순명, 차천로 등 역사적 기록이 있는 인물들이 끼어들어 흥미를 북돋았다.

특히 조선의 문신 차천로가 시에 뛰어났고 명과 일본에 이름을 떨쳤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알게 되었다.

당시 한호(한석봉)의 글씨, 최립의 문장과 함께 차천로의 시가 송도 삼절로 일컬어졌다고 한다.

 

그 외에도 누군가 먹다 그릇에 남겨놓은 밥을 뜻하는 대궁밥이나 벼슬을 삭탈하고 제 고향으로 내쫒던 형벌을 뜻하는 방축향리 같은 현재는 생소한 말들을 쓰면서 뜻을 달아주어 쉽게 읽어 볼수 있게 한 것이 좋았다.

 

임진왜란 전의 조선에 있는 듯한 느낌이 강했던 시간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