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나이를 써야하는 이유

2019년 1월 ‘연령 계산 및 표시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당시 민주평화당 황주홍 의원이 국회에 제출하였다.

동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연령 계산방식을 혼용하는 한국의 나이 세는 방식을 만 나이로 확정하자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아이가 태어나면 1살이 된다.

나이는 그 아이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세기 때문에 12월 31일 오후 11시 59분 59초에 태어난 아이는 즉시 2살이 된다.

 

이것이 과연 맞는 셈법인가를 고민해보면 과거에는 맞았을지 몰라도 현재는 틀리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틀린 이유를 세가지만 얘기해 본다.

 

첫째 요즘은 나이를 가지고 서열을 매기는 시대가 아니다.

당장 올해만해도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말 한마디에 꼰대로 전락한 전 국무총리가 기사에 오르내렸다.

그리고 오늘 2021년 6월 11일 대한민국 보수정당인 '국민의 힘'에서 새로 뽑힌 당대표는 만 36세의 이준석이다.

 

즉, 내가 몇년도 생인지가 사회생활에 그렇게 중요하지 않고 나이를 더 먹는것이 유리하지 않다.

만으로 계산해서 수치상 1살 혹은 2살이 어려지는 것이 겁이 날 이유가 없다.

둘째는 학령연령에 대한 혼란이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의 경우 한국나이로 1세부터 초등학교 가기전인 7세까지 다닐 수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1세 아동은 0세라고 지칭한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만 2세 아동이라면 4세반에 들어가 있다.

 

초등학교를 들어가게 되면 이것이 더 큰 문제가 되는데 3월 초에 학사 일정이 시작되니 2월 생까지는 학교에 보낼 수 있게 되므로서 한국식으로라면 형, 동생이 되어야 하는 아이들이 같이 학교를 다니게 된다.

일명 빠른 생일 학생들이 1/6 정도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1949년 12월 31일 제정된 교육법 제 96조에는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가 만6세가 된 익일이후의 최초학년초부터 만12세가 되는 날이 속하는 학년말까지 취학시킬 의무가 있다.' 라고 명시 되어있다.

 

사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일로서 한국 식의 나이 셈법 때문에 빠른 생일이라는 사전에도 없는 말이 나오게 되었고 이것이 계속 쟁점이 되어오다가 2007년 8월 3일 법을 개정한다.

초등학교의 취학기준일을 "만 6세가 된 날의 다음날 이후의 최초 학년초"에서 "만 6세가 된 날이 속하는 해의 다음 해 3월 1일"로 변경하여 1월생 또는 2월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 또래보다 한 살 어린 나이로 입학할 경우 학교생활에서 부적응하게 될 것을 우려하여 자녀의 취학시기를 일부러 늦추고 있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한편, (이하 생략)

 

왜 이런 괴상한 개정 이유까지 대어가면서 만나이를 쓰면 아무 이상이 없을 법을 바꾸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셋째는 TV등 공영매체에서는 이미 만나이를 쓰고 있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나이와 공식적인 나이에 차이가 있다는 말이다.

왜 굳이 자신의 나이를 2개씩 가지고 다니면서 상황에 맞게 얘기해야 하는지 모를일이다.

이미 서구권과 그를 본받은 일본은 만 나이가 정착되어있다.

생일이 지나지 않으면 0살이 당연한 것이다.

나이로 인해 안 겪어도 될 곤란을 겪은 적이 많지만 가깝게는 해외 여행을 가서 실제로는 나보다 2살이 많은 사람에게 같은 나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내가 무심결에 한국식으로 나이를 얘기했기에 벌어진 일인데 나이가 같다며 유난히 반가워 한 그 사람에 비해 그사람의 생년을 알고 뒤늦게 깨달은 나는 사실을 말 못하고 편치 않은 마음으로 있었다.

 

2016년 2월 18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발표에서 전국의 19세이상 성인 52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식 나이유지' 응답이 46.8%, '만 나이 통일' 응답이 44.0%가 나왔다.

2018년 동일 설문조사에서는 만 나이로 나이 계산법을 통일하자는 의견의 응답자가 68.1%가 나왔다.

 

대한민국은 단기를 서기로 전환할 때인 1962년 1월 1일부터 대외적으로나 공식적으로 만나이를 쓰는 국가이다.

다만 그간 국민정서가 아직 준비가 안되었다는 이유로 혼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허락하고 있던 것이다.

2019년도에 발의한 법안은 아쉽게 20대 국회 회기가 끝나며 2020년 5월에 자동 폐기 되었지만 만나이 사용은 빠른 시일 내 통용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