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시는 영국 출신의 현대예술가로 그래피티와 미술작품을 그리는 유명인이다.
이 사람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는 기이한 행적 때문이다.
자신의 얼굴을 대중에게 공개하지 않을 뿐더러 자기를 홍보하는 어떤 행위도 하지않는다.
돈과 명예를 위해 이름을 알리려고 혈안이 된 다른 예술가들과 달리 예술 테러리스트(quality vandal)라고 불리는 것을 좋아하는 그의 사상은 역설적이게도 그를 유명하게 만들었다.
뱅크시의 예술활동은 영국 브리스톨에서 14세의 나이에 벽에 그림을 그리는 그래피티에서 시작하였다고 알려졌다.
골목길을 파레트 삼아 아무도 지나지 않는 밤이나 새벽에 그림을 그리고는 사라지는 길거리 예술가였다.
세월이 지나며 그의 그림이 대중의 관심을 받게되자 기행을 벌이기 시작하였다.
대영박물관에서 원시문물 전시전을 할 때 자신이 직접 돌에다 그린 쇼핑하는 원시인을 작품들 한켠에 몰래 전시하였다.
며칠간 아무도 이것이 가짜인지 알아채지 못했고 뱅크시가 이를 실토하자 그제서야 박물관 측은 이 가짜 유물을 찾아 내기도 하였다.
그는 이후에도 루브르 박물관, 뉴욕현대예술 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브루클린 박물관에 비슷한 짓을 했다.
특히 미국 자연사 박물관에 놓아둔 미사일 딱정벌레는 23일 동안 전시를 했는데도 주최측이 몰랐다고 한다.
뱅크시는 이런 활동으로 예술을 돈으로 생각하는 기존 예술계의 겉치레를 조롱하는 제도비판(Institutional Critique)예술의 대표주자가 되었다.
뱅크시가 유명해지고 나서 그가 담벼락에 그린 그림 뿐 아니라 그림이 칠해진 건물의 가격까지 오르는 일이 발생한다.
아무리 그가 예술의 덧없음을 알린다 하더라도 결국 그걸 이용하는 사람들이 나온 것이다.
이런 유명세와 달리 뱅크시가 익명으로 자신의 그림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판매할 때는 $60 밖에 하지 않는 가격임에도 6시간 동안 3명에게서 8장을 파는데 그친다.
그림의 좋고 나쁨이 아니라 예술가의 이름이 그림 가격을 결정하는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뱅크시는 2010년에 그림 작업하는 것을 영화로 만들면서 <선물 가게를 지나야 출구>라는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감독타이틀도 얻었다.
대형전시관의 선물가게(art shop)를 통과하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구조를 이야기하며 전시예술의 상업성에 대해 비판하였다.
그는 절대로 얼굴을 내보인 적이 없고 모든 활동은 세상이 강요하는 정상적이 아니지만 정상적으로 보이는 것을 비꼬는 작업이다.
그는 54명의 예술가들과 손을 잡고 디즈니랜드를 비꼰 놀이동산인 디즈멀랜드를 2015년에 열기도 하였다.
이 막장 테마파크는 잉글랜드 서머싯주 웨스턴슈퍼메어에 지어졌고 5주 한정 오픈을 하는 동안 동화의 환상을 깨는 전시물들과 괴기한 세상의 반대면을 부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테마파크 운영이 끝나고 철거하며 나온 자재들은 난민 캠프 제작에 재활용 되었다.
팔레스타인 베들레헴에 월드오프 호텔(Walled Off Hotel)이라는 호텔을 열기도 하였는데 이곳은 전망이 아름다운 다른 호텔들과 달리 사방이 막혀있는 숙박시설이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리장벽 옆에 위치하여 벽밖에 보이지 않는 경관이었지만 뱅크시의 작품이 가득 차있어 관광객들에게는 다른 의미의 핫플레이스가 되었다.
뱅크시하면 뭐니뭐니해도 2018년 10월 6일에 벌어진 미술품 분쇄사건을 뺄 수 없다.
영국 소더비 경매장에서 자신의 작품인 '풍선을 든 소녀'가 104만 2천 파운드(15억 4천만원)로 낙찰이 되자 미리 프레임 밑에 장치해 둔 분쇄기를 원격으로 가동시켜 그림을 즉석에서 분쇄하고 도망가버렸다.
이렇게 구매자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회손된 작품은 보통 주최측이 보험으로 배상하지만 낙찰된 사람은 그냥 구매하기로 하였다.
뱅크시는 이후 본인의 SNS에 "파괴의 욕구는 곧 창조의 욕구"라는 피카소의 말을 올리며 자신이 분쇄했음을 알렸다.
그림 "풍선을 든 소녀"에는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새 이름이 붙었고 3년 뒤 경매에 다시 나왔을 때 약 18배인 1,870만 파운드에 낙찰되었다.
뱅크시가 아무리 세상을 풍자한다고 하여도 세상은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다.
아무런 가치없는 비트코인의 가치가 치솟아도 이상하지 않는 시대가 이어진다.
뱅크시가 주장하는데로 우리는 진정한 가치를 보는 눈을 키우면서 사람들이 열광한다고 해서 따라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고 또 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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