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노벨상은 (Ig Nobel Prize) 미국 하버드 대학교 유머과학잡지 '황당무계 리서치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에서 과학에 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에 제정한 상이다.
1895년 노벨의 사후 시작되어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물리학, 화학, 경제학)와 스웨덴 아카데미(문학),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생리학/의학), 노르웨이 노벨위원회(평화)에서 각 분야별로 발전에 기여한 사람에게 주는 노벨상을 패러디 한 상이다.
권위를 빼고 유머를 넣은 이 상은 어떤 아이디어라도 관계없으며 실제 실험과정을 거친 연구라면 후보가 될 수 있다.
공식적인 기준은 '다시는 할 수 없고, 해서도 안되는 업적을 이룩한 사람에게 수여한다'이다.
비공식적으로는 '수상자가 이룬 업적이 바보 같지만 시사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는 룰이 있다.
매년 10개 부문 시상을 하는데 수상자를 먼저 선정하고 분야를 분류하기 때문에 분야가 없다면 신설된다.
추천하는 후보와 그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여 상기 황당무계 닷컴(improbable.com) 홈페이지에 적힌 주소, 팩스번호,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최초의 시상식은 1991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 (MIT) 박물관에서 350명이 모여 진행했다.
이후 점점 규모가 커져 하버드 대학 샌더스 극장에서 진행된다.
요즘은 1,200명이 관중으로 참석하고 홀에 들어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 생중개를 한다.
MIT와 하버드대학의 교수들과 학생회가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후원하는데 시상식 자체가 하나의 축제이다.
코스튬은 기본이고 퍼레이드, 오페라공연, 30초 강연, 경매, 결혼식, 24초 강연을 7자로 요약하기 등의 독특한 행사도 허용된다.
다만 쓸데없는 시간 소모를 없애기 위해 '스위티 푸' 시스템이 있다.
'스위티 푸'라는 꼬마 여자아이가 매 시상식에 참여해 수상 소감을 너무 길게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엽기적인 수상 내역을 시연하지 못하게 나팔을 불어 저지하는 'V칩 모니터'라는 캐릭터도 있다.
부상품 역시 기상천외하다.
매년마다 다를 수 있지만 개구리모양 도자기, 1나노미터로 자른 황금 벽돌, 짐바브웨 10조 달러 (미화 4달러)등이 있다.
1991년 부터 시작된 이그노벨상의 년도별 수상작은 인터넷 위키 사이트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내 기준 각 년도별 인상적인 연구를 기재한다.
1991년: 평화상 - 에드워드 텔러
수소폭탄의 아버지로 불리며 제조 및 개발 과정에 큰 공로가 있고, 원자 폭탄 제조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에도 참여했으며, 최초의 원자폭탄 실험 입회자 중 한 명이다. 핵무기에 비판적 입장으로 돌아선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와 달리 핵만능주의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핵무기에 우호적이었다. SDI(전략방위구상, Strategic Defense Initiative)에 찬성했고, 그리스에서 운하를 파는데 핵폭탄을 쓰면 좋겠다는 주장도 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이며 전쟁에 환장한 과학자 취급을 받아서 1회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상 수상자가 되었다. 우리가 아는 평화라는 개념을 완전히 수정한 공로를 인정했다.
1992년: 화학상 - 이베테 바사(Ivette Bassa)
여성 최초 수상자로 젤로샷(Jell-O Shot)을 만들어 집에서도 파랗게 빛나는 젤리를 쉽게 만들어 먹게 해준 공로를 인정했다. 젤로샷은 가정용 젤라틴으로 팬케이크처럼 집에서도 쉽게 젤리를 만들 수 있다. 파란색이라 식욕을 떨어뜨리지만, 바사는 '아이들은 어른들이 소름끼쳐 하는 것을 오히려 좋아한다'는 마케팅 조사를 바탕으로 이 제품을 판매해서 실제로 어린이들 사이에서 대히트시켰다.
1993년: 화학상 - 제임스 캠벨(James Campbell), 게인스 캠밸(Gaines Campbell)
마이크로 캡슐에 향기를 넣어, 손으로 문지르면 잡지에서 향기가 나는 기술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했다. 이 향기나는 마이크로 캡슐은 이후에 양복등에 활용되는 등 2번의 이그노벨상 수상자를 더 배출한다.
1994년: 심리학상 - 리콴유
침뱉기, 껌씹기, 비둘기 먹이주기를 할 때마다 싱가포르 시민을 처벌하는 30년간의 실험을 통해 심리학의 '부정적 강화' 이론을 실제로 해냈다는 공로를 인정했다.
1995년: 공공의학상 - 마르타 콜드(Martha Kold Bakkevig), 루트 닐슨(Ruth Nielsen)
실험을 통해 젖은 속옷을 입으면 체온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공로를 인정했다. 이들은 8명의 피실험대상 남자들을 모집한 다음, 4명은 젖은 속옷을 다른 4명은 마른 속옷만 입게 하고 각자의 직장에 온도측정 장치를 꽂은 다음에, 영상 10도의 방에 1시간 동안 있게해서 피부와 직장내의 온도변화를 실시간 측정했다.
1996년: 물리학상 - 로버트 매슈
머피의 법칙 중 특히 62%의 확률로 토스트의 버터 바른 면이 먼저 떨어진다는 점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했다.
1997년: 경제학상 - 요코이 아키히로, 마이타 아키
다마고치를 발명하여 엄청난 양의 시간을 사람들이 가상 애완동물을 돌보는 데 소모시킨 공로를 인정했다.
1998년: 평화상 - 아탈 비하리 바즈파이, 나와즈 샤리프
평화를 위해 경쟁적으로 핵폭탄을 터트린 공로를 인정했다. 아탈 비하리 바즈파이 인도 총리와 나와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있을 당시 인도는 1998년 5월 11일과 13일에, 파키스탄은 동년 동월 28일과 30일에 핵실험을 감행했다.
1999년: 관리의료상 - 조지 블론스키, 샬럿 블론스키
여성의 출산을 돕는 장치를 개발한 공로를 인정했다. 여성을 원형 테이블에 묶은 다음 테이블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면 아이가 원심력에 의해서 튀어나가는 원리다. 이 장치는 1965년에 특허 등록이 되었는데 뒤늦게 발견되어서 수상했다. 해당 시점에서 두 부부는 모두 단 한 번의 출산경험도 없이 사망했기 때문에 조카딸이 대리 수상하였다. 참고로 장치가 실제로 만들어지지는 않았는데 구조상 안전장치를 포함해도 임산부에게 최대 7G의 중력이 걸릴 것으로 추정되었기 때문이다.
2000년: 경제학상 - 문선명
통일교 교주 문선명이 총 360,000쌍을 단체결혼시킨 공로를 인정받았다.
2001년: 생물학 - 벅 웨이머
가스가 배출되기 전에 제거하는, 교환가능한 숯 필터가 달린 밀폐형 속옷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했다. DPF(Diesel Particulate Filter)의 허리와 다리 부분을 완전히 밀폐하고, 뒤쪽에 달린 환기구멍에 활성탄을 포함한 주머니를 붙인 구조이다. 방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메탄은 그대로 새어나가지만, 냄새의 주성분인 황화수소는 잡아낼 수 있다. 웨이머가 이 속옷을 만들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아내가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에 걸려서 방귀냄새가 지독해졌기 때문이었다. 이 부부는 모두 시상식에 참여했고, 웨이머는 존 레논의 Imagine을 방귀관련으로 개사해서 불렀다.
2002년: 위생상 - 에두아르도 세구라
스페인 타라고나의 애완동물미용사가 "Lavakan de Aste"라는 이름의 개와 고양이를 씻겨주는 기계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드럼세탁기와 전자레인지를 섞어놓은 듯한 사이즈의 기계에 해당 동물을 넣으면 세척액이 상단 사방에서 뿜어져 나와서 해당 동물을 씻겨주는 구조다.
2003년: 의학상 - 엘리너 머과이어, 데이비드 개디언, 잉그리드 존즈루드, 케이트리오나 굿, 존 애슈버너, 리처드 프러코위액, 크리스토퍼 프리스
런던 택시 기사들의 뇌가 다른 런던 시민들보다 더 크다라는 것을 발견한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학자들이 수상했다. 이들은 뇌를 분석한 결과, 런던 지도를 암기해야 하는 택시운전사들의 해마가 발달한 사실을 알아냈다.
2004년: 심리학상 - 대니얼 사이먼스, 크리스토퍼 샤브리스
1997년 '사람들이 집중할 때에는 설령 고릴라 탈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더라도 그것을 인지하기 어렵다'라는 것을 증명한 '우리들 가운데의 고릴라'라는 논문으로 일리노이 대학교의 대니얼 사이먼스와 하버드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샤브리스가 수상했다. 이를 심리학용어로는 '무주의 맹시'(inattention blindness)라고 부르는데, 선택적 주의, 혹은 선택적 지각과 연동되어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결국 이 실험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라고 불리면서, 심리학에서 가장 유명한 실험이자 동시에 인지심리학, 나아가 인지과학의 지평을 열었다. 후에 'The invisible Gorilla'이라는 책으로 나와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한국에서도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제목으로 번역출간되었다. 시상식 당시에 60초가 지나서 스위티 푸가 올라왔는데, 고릴라가 단상으로 뛰어나와 스위티 푸를 납치해 갔다.
2005년: 화학상 - 과학자들
시럽 속에서 헤엄치면 물 속에서 헤엄치는 것보다 얼마나 느려질지 실험해본 과학자들이 수상하였다. 처음 예상 결과는 시럽은 점성이 강하므로 물에서보다 느릴 것이라 예측하였으나 팔을 저을 때 점성이 강한 만큼 몸이 좀 더 힘을 받으면서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밝혀졌다.
2006년: 수학상 - 피어스 반스, 닉 스벤슨
단체 사진을 찍을 경우 눈 감은 사람이 한 명도 없게 하려면 최소한 몇 장을 찍어야 하는지를 수학적으로 계산한 공로를 인정했다.
2007년: 항공역학 - 파트리시아 아고스티노, 산티아고 플라노, 디에고 골롬베크 등 아르헨티나 킬메스 대학교 연구팀
비아그라가 햄스터의 시차 극복을 도와준다는 것을 증명해서 수상하였다.
2008년: 의약상 - 댄 아릴리
같은 가짜약이라면 가격이 높은 가짜약이 더 효율이 좋다는 것을 입증한 논문을 발표한 공로로 수상하였다.
2009년: 의학상 - 도널드 엉거(Dr. Donald Unger)
60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왼손 손가락만 관절을 뚝뚝 꺾음으로써 손가락 꺾기가 관절염을 유발하는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밝혀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의사가 수상하였다. 그동안 오른쪽 손가락 관절은 절대로 꺾지 않아서 성공적인 비교연구를 할 수 있었다.
2010년: 경영학상 - 이탈리아 연구진
직원들을 임의로 승진시키면 조직의 효율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수학적으로 증명한 이탈리아 연구진들이 수상했다. 임의 승진으로 유명한 회사인 일본의 미라이공업의 성공요인이 증명받는 순간이었다.
2011년: 화학상 - 일본인 연구진
한밤 중 화재가 일어났을 때 비상알람 소리를 듣지 못해 사고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을 위해 고추냉이를 공기 중에 희석시킨 '와사비 알람'을 만든 공로를 인정했다.
2012년: 음향학상 - 구리하라 가즈타카 박사팀
사람이 말하는 것을 약간의 시간차를 주고 똑같이 들려줌으로써 말하는 것을 방해하는 기계 '스피치 재머'를 만든 공로를 인정했다. 적절한 시간차로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면 뭔가 어색하다고 느끼면서 혼란이 와서 말을 멈추는 원리다.
2013년: 평화상 - 벨라루스 알렉산드르 루카셴카 대통령과 경찰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서 손뼉을 치는 것을 불법으로 규정한 벨라루스의 알략산드르 루카셴카 대통령과 한 팔 밖에 없는 사람을 박수 친 죄로 체포한 벨라루스 경찰의 공로를 인정했다.
2014년: 영양학상 - 라켈 루비오 박사팀
생후 6개월 된 건강한 영아의 대변에서 발견된 몸에 좋은 유산균과 변종 박테리아로 발효 소시지를 만든 공로를 인정했다.
2015년: 수학상 - 엘리사베트 오버차유셔, 카를 그라머
18세기 모로코 알라위 왕조의 술탄인 물레이 이스마엘이 888명의 자녀를 두게 된 경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으로 돌려 확인해 본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두 교수의 공로를 인정했다.
2016년: 생물학상 - 토머스 스웨이츠, 찰스 포스터
팔다리에 가짜 염소다리를 장착하고 알프스 초원에서 3일간 염소로 생활한 영국인들의 공로를 인정했다. 리얼 염소 시뮬레이터로 오소리, 수달, 사슴, 여우 등 새로 살아봤다고 한다. 토머스 트워이츠는 시상식에서도 염소다리를 달고 기어 나와 상을 받았다.
2017년: 물리학상 - 마르크앙투안 파르댕(Marc-Antoine Fardin)
'고양이의 유변학'이라는 제목으로 고양이가 고체임과 동시에 액체라는 주장을 펼친 논문으로 공로를 인정받았다. 논문은 어떤 형태의 용기든 자유자재로 몸을 집어 넣을 수 있는 고양이들의 기이한 능력을 근거로 삼았다. 고양이 특유의 놀라운 유연성으로 종종 농담 삼아 언급되는 '고양이 액체설'을 재치 있게 표현한 셈이다. 연구가는 인터넷에서 세면대나 유리잔 속에 들어 있는 고양이의 사진을 보고 논문에 대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학 공식을 이용해 어린 고양이들이 늙고 게으른 고양이보다 오래 모양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도출하기도 했다.
2018년: 영양학상 - 제임스 콜(James Cole)
구석기시대부터 존재했던 인간의 식인 풍습의 역학적 중요도에 대한 연구가 공로를 인정받았다. 인육을 섭취하는 것으로 얻는 칼로리가 다른 고기를 섭취함으로서 얻는 칼로리보다 월등히 적어서 비효율적임을 증명해냈다.
2019년: 공학상 - 이만 파라박시(Iman Farahbakhsh)
인간 유아의 기저귀를 자동으로 갈아주는 기계를 발명한 공로를 인정했다.
2020년: 평화상 - 인도와 파키스탄 정부
한밤 중에 서로의 대사관에 벨튀(벨누르고 도망가기)를 한 공로를 인정했다.
2021년: 경제학상 - 프랑스, 스위스, 호주, 오스트리아, 체코, 영국 연구진
정치인의 비만도가 해당 국가의 부패 정도를 아는데 좋은 척도가 된다는 것을 알아낸 공로를 인정했다.
2022년도 32회 이그노벨 상은 9월 15일에 열린다.
기발한 연구들이 많이 나와 코로나19 말미의 우리들을 즐겁게 해 주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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