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야마 다쿠에이라는 일본 3대 입시학원 강사가 얘기하는 세계사이다.
어떤 분야든 경지에 오르면 통찰이 생긴다.
세계사에 통찰이 생긴 사람이 보는 세계사는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에 책을 펼쳤다.
저자가 강사라서 그런지 파트1에서 세계사의 기본 규칙을 먼저 짚고 넘어간다.
첫장에 역사를 엔터테인먼트로 대하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하고 거기서 얻은 지식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있었다.
두번째장은 역사의 구조를 파악하라고 한다.
인간은 3명 이상만 모이면 파벌을 만든다. 그러므로 계급투쟁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
인간은 존재하는한 '부'를 바란다. 역사속 사회문제는 돈의 흐름을 따라가면 그 실체가 보인다.
우파는 보수층이고 부유층을 대변하고 좌파는 혁신층이고 빈곤층을 대변한다.
이런 사실을 머릿속에 넣어두고 세계사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3장에서 다섯가지 시대구분 방법을 알려준다.
본격적으로 고대부터 파트를 나눠 서술하는데 크게는 서양사와 중국사로 나누는데 중세 이후는 이슬람사가 끼어들고 근세에는 강대국 위주로 설명된다.
수많은 이야기들 중 내가 새로 알거나 다른 사람 관점에서 보지 못한 것들만 정리하면
고대에서는 중국 역사상 손꼽을 정도로 강한 나라를 만든 한무제가 경제에 문외한이었다는 사실과 정관정요로 대표되는 당나라의 율령제가 빈부격차를 어찌하지 못해 호족의 난으로 붕괴되는 전반전 과정을 알수 있었다.
중세시대에서는 레반트무역(동방무역)의 경제적효과가 유럽내 남북의 아웃렛(한자동맹, 롬바르디아동맹 등)에 골고루 영향을 준 것과 영국과 네덜란드간의 모직물 경제를 이해하게 되었다.
근세에서는 청나라의 인구가 늘어나게 된 것이 명대의 존재한 인두세(사람에게 부과하는 세금)를 폐지한 것이 큰 이유였다는 사실과 루터는 회중제(會衆制) 즉, 신도가 스스로 교회를 다스리는 중심인 제도를 중심으로 목사가 목회를 이끌고 칼뱅은 장로가 수장이 되어 종교 내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영국의 1642년 청교도 혁명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데 이로 인해 입헌 군주주의가 확립되었다고 하였다.
실제로 조금의 시기 차이는 있지만 왕정제의 약화와 공화제의 도입의 시발점이 된 역사적 사건이다.
근대에서는 부르주아의 승리과정을 묘사하는데 영국은 곡물법이 폐지되어 타격받던 지주계급과 농업경영자들이 비료, 농기구 등 농업기술 개발에 힘써 농업생산의 양과 질이 모두 향상되었다고 한다.
여기서 저자의 자유주의 성향을 엿볼 수 있었다.
또한, 17세기 제정된 외국 선박의 영국 입항을 금지한 항해법이 1849년 자유당의 러셀 내각에 의해 폐지됨으로서 세계시장에 문호를 개방하고 국내 민간 상사의 무역참여도 허용되었다.
부르주아 공업 자본화는 근대의 핵심인데 영국은 의회 차원에서 처리되었고 독일은 오스트리아, 프랑스와의 전쟁을 통해 통일과정에서 처리되었고 미국은 남북전쟁이라는 내전을 통해 이뤄졌다고 말한다.
이것도 처음 접한 시각이라 신선했다.
항상 헷갈리던 프랑스의 정치변천사를 그래프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시대를 통찰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현대 파트는 1차 세계대전 이후를 다뤘다.
이 파트에서는 무엇보다 저자가 일본인이므로 자국을 어떻게 묘사할까가 궁금한 점이었다.
역시나 자국이 피해자 처럼 묘사되거나 타국의 계략으로 된 것 처럼 얘기하는 부분에서 실소가 나왔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1차세계 대전 후 중국에 대한 지배를 강화하는 한편 아시아 지역에서 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기에 미국의 가상 표적이 되었다고 묘사했다.
2차 세계대전은 블록경제로 인해 발행했고 독일과 일본 처럼 가질수 없는 나라는 자원을 조달하려고 외국을 침략했다고 옹호했다.
독일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도 히틀러가 전쟁의지가 없는데 영국과 프랑스가 선전포고 했다는 터무니 없는 얘기를 하였다.
돌이켜보면 책 전반적으로 일본의 역사를 변호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유구국을 대만이라고 한다거나 전반적으로 한반도를 중국의 부속국가 취급을 하는 등 자국에 유리한 해석들을 가져다 붙이는 것은 어쩔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현대편은 정도가 심했다.
미국의 경제불황을 언급하면서 루즈벨트가 한것이 없다는 등의 표현으로 역시 저자는 자유주의 옹호자라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었는데 역사는 받아들이는 자의 관점도 있으므로 자신의 관점을 세우는 데 참조만 하면 될 것 같다.
책을 읽고 드는 생각은 '수 십년동안 세계사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사람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구나' 였다.
만약 세계사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 본다면 수많은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잠을 못 자지 않을까 한다.
세계사를 접하면서 어렴풋이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건들이 전문가의 문장으로 정리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역사의 본질을 탐구해보자는 의도로 책을 썼다는 저자가 일본의 왜구의 노략질, 아시아인에 대한 잔악한 식민지배 등은 어물쩍 넘어가는 점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오랜 현장 경험으로 얻은 방대한 지식이 깊은 사색과 만나게 된 결과물을 접하여서 뜻 깊은 시간이었다.
세계사가 어렵다면 이것으로 먼저 접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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